연중 얼어붙었던 바이오ㆍ헬스케어 투자심리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 액셀러레이터(AC)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투자 유치에 나선 기업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젠엑시스는 8일 '젠엑시스 비-데이(Genaxis B-day)'를 개최해 8개 벤처사들을 소개하고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8일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서울바이오허브의 지원을 받아 젠엑시스가 운영한 '젠엑시스 밸류업 배치 4기'ㆍ'젠엑시스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GGAP) 1기'에서 선정된 8개 기업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젠엑시스 밸류업 배치 프로그램은 젠엑시스가 2021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바이오ㆍ헬스케어 특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올해 4기로 선발된 △바이오미 △아테온바이오 △알데바 △모닛 △셀타스퀘어가 이번 행사의 연자로 나섰다.
GGAP에선 올해 1기가 선발돼,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진출을 목표로 4개사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다. 1기 기업인 △레모넥스 △바이오미 △엠테라파마 △와이어젠 또한 젠엑시스 비-데이에서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을 밝혔다.
신약개발 벤처 3곳…'마이크로바이옴ㆍ천연물ㆍ면역항암'
바이오미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중심으로 생균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항생제 내성 감염 치료제 'BM111(개발코드명)'로, 표준치료요법인 분변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생균치료제로써 개발되고 있다.
윤상선 바이오미 대표는 "분변이식 치료제인 '레비요타(REBYOTA)'ㆍ'보우스트(VOWST)'는 제조 시 건강한 기증자의 분변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약가가 높아진다"며 "이에 값비싼 분변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미생물 조합을 연구한 결과로 BM111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표는 "심혈관 질환 치료제인 'BM109'는 TMAO(Trimethylamine N-Oxide)를 분해하는 11개 효소를 지닌 생균"이라며 "음식물 소화로 발생하는 TMAO가 혈중 유입되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상승하는 데 착안해 마우스 등에서 효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회사는 스위스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박테라(Bacthera)를 통해 BM109의 임상시료를 생산 중이며, 세브란스병원과 혈중 TMAO 농도 모니터링 분석법을 세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엠테라파마는 만성ㆍ난치성 질환 타깃 천연물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다중오믹스(Multi-omics)ㆍ네트워크 분석 플랫폼을 바탕으로 신경ㆍ인지장애 치료제를 발굴하는 것을 주력 기술로 삼았다.
손미원 엠테라파마 대표는 "당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물의약품(botanical drug)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EoP2(End of Phase 2ㆍ3상 진입 전의 사전미팅) 타입 C 미팅 경험을 보유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물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인공지능(AI) 가상 인체 시뮬레이션으로 후보물질의 임상 효력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Nurr1 타깃 파킨슨병 치료제 'MT101'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MT9801' △인지기능개선 건강기능시품 'MT104'다. 손 대표는 "MT101은 미국 임상 1상 완료 후 2상을 승인받았으며, MT9801은 미국 임상 2a상에서 탁월한 통증 감소 효과를 보인 바 있다"면서 "MT104는 경도인지장애 인체시험을 마쳐 오는 2024년께 한국ㆍ캐나다ㆍ미국에서 제품화를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아테온바이오는 PD-1 면역항암제에 미반응하는 암종을 타깃해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인 'ATN001'은 항-Myct1 항체로, 혈관신생(Angiogenesis)을 억제함과 동시에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종양미세환경(TME)을 조절한다.
최소희 아테온바이오 대표는 "PD-1 면역항암제에 대한 실제 반응률은 15에서 20퍼센트(%) 가량으로, 나머지 80%에 달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혈관신생 정도가 높고 T세포 활성이 낮은 상태에선 PD-1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저하되는 연구 결과가 여태 보고돼왔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ATN001은 혈관신생을 억제하면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이중 작용 기전이 있다"며 "2026년 미국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으로, 최종 목표는 해외 라이선싱"이라고 부연했다.
소재ㆍ의료기기 주력 3개사…'약물전달ㆍ모의 카데바ㆍ인공신경도관'
레모넥스는 다공성 실리카 약물전달체를 개발했다. 표면에 약물을 묻히는 방식인 기존 약물 전달체와 달리, 전달체 내부에 약물을 담아 약물 안정성을 높힌 '디그레더볼(DegradaBALL)'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다.
원철희 레모넥스 대표는 "코로나19 당시 mRNA 백신의 약물전달체로 지질나노입자(LNP)가 널리 사용됐으나, 콜드체인(Cold chain) 유통망이 필요한데다 특허관계가 복잡해 새로운 약물전달체를 찾아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며 "LNP의 시장 규모는 하락세에 접어들었으며, 또다른 약물전달 기법인 아데노바이러스도 항암제 외의 시장 니즈가 상실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그레더볼은 상온에서 2년 이상 보관이 가능해, 바이러스성 질환이 유행하는 즉시 꺼내 백신 개발에 투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 한국에 GMP 생산시설을 구축한 상태로, 향후 증축을 통해 중동ㆍ중국ㆍ인도ㆍ아프리카ㆍ유럽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와이어젠은 말초신경손상ㆍ척수신경손상에 대한 재생의료기기인 인공신경도관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신경 자가이식에 준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는 게 현정근 와이어젠 대표의 설명이다.
현 대표는 "신경결손에 대해서 현재 주로 쓰이는 요법은 자가이식과 인공신경도관 시술이나, 기존 인공신경도관은 신경 재생기능이 없다"며 "당사 인공신경도관은 내부에 마이크로채널(Micro-channel)이 삽입돼 있어, 신경을 재생시킬 수 있는 물리적 신호(Physical Cue)를 주면서 도관을 따라 신경이 자라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와이어젠은 인공신경도관으로도 신경 재생을 유도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해 전자약도 연구 중이다. 현 대표는 "배터리 없이 외부에서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아, 전기자극으로 척수손상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했다"며 "내후년에 GMP 인증을 받아 사업화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데바는 외과의들의 수술 트레이닝을 위한 모의 카데바(Cadaver)를 제작한다. 인체와 유사한 질감ㆍ촉감을 구현한 고분자 소재로 인공 장기 모형을 만들어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에 공급한다.
김진오 알데바 대표는 "현재 돼지ㆍ카데바 등 생체 시뮬레이터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데다 의료기술 트레이닝 센터도 부족해지고 있다"며 "이에 인체의 촉감ㆍ구조ㆍ전도성을 모방한 인공장기를 제작해, 생체 시뮬레이터 가격의 10분의 1 수준으로 공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비뇨기과 인공장기를 1차 개발 타깃으로 하며, 2차 타깃은 폐ㆍ기관지, 3차 타깃은 심장 인공장기다"라며 "유수의 글로벌 고객사들과 개념입증(PoC)을 완료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AIㆍICT 분야 2개사…'약물감시 자동화ㆍ고령층 케어 플랫폼'
셀타스퀘어는 대웅제약 사내벤처로 시작해 스핀오프(spin-off)한 AI 약물감시(PharmacovigilanceㆍPV) 플랫폼 기업이다. 인력이 많이 투입돼야 하는 기존 PV 실무를 AI를 통해 자동화ㆍ효율화하는 것이 셀타스퀘어의 핵심 기술이다.
신민경 셀타스퀘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부작용 관리 부족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내외 규제 당국이 PV 규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PV는 단순반복적인 실무가 많아, 글로벌 제약업계의 80%는 PV 업무를 아웃소싱하며 그 중 30%는 인도로 간다. 전문인력이 굳이 필요 없는 일들을 디지털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셀타스퀘어는 PV 데이터 클렌징(Cleansing) 솔루션 '클렌징스퀘어(Cleansing SQUARE)'를 출시한 상태로, 해당 솔루션 내에는 △문헌 모니터링 시스템 '리투스(LITUS)' △빅데이터 분석 및 타뷸레이션(Tabulation) 자동화 시스템 '튜브(TUBE)' △데이터 소스 표준화 시스템 '웨이브(WAVE)' △AI 기반 국제공통의약용어(MedDRA) 코더 시스템 '옥토(OCTO)'가 탑재돼 있다.
모닛은 고령층에 대한 종합 케어 플랫폼을 표방하는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노인 환자의 기저귀 상태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해 교체 시기를 간병인에게 알리는 배뇨감지기 '맥스'다.
박도형 모닛 대표는 "노인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간병 인력은 부족하다. 특히 노인 환자의 기저귀를 제 때 교체하며 관리하는 업무가 전체 간병 업무의 60%를 차지한다"며 "맥스는 기저귀 겉면에 부착되는 센서로, 기저귀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간병인이 언제 기저귀를 교체해야 하는지 적시에 알린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맥스를 통해 노인 환자의 욕창 발생 빈도를 감소시키고 요로감염을 예방할 수 있으며, 낙상을 감지하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며 "독일 디아코니(Diakonie) 요양센터와 일본 가오 프로페셔널(Kao Professional)에 시범서비스를 도입했으며, 국내에서는 장기요양보험 바우처로 70% 정부 보조를 받아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모닛은 기저귀 구독 서비스와 안전 인테리어 서비스도 신규 론칭했다. 박 대표는 "우리 서비스의 특성상 노인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도달해 제품을 인지시키기 어려워, 기저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자사 솔루션에 적용하고 있다"며 "동시에 재가 요양 중인 노인을 위한 안전 인테리어 서비스를 출시해, 낙상위험감소에 집중한 디자인으로 집 구조를 리모델링한다"라고 말했다.